점진적 발전을 목표로
폴 칼라니티 - 숨결이 바람 될 때 본문
만약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몰입하고, 작가의 감정에 이입하며, 그 순간순간을 느끼고 사색하는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은 적도 있고, 그 전율을 그대로 갖고 가며 사색하는 것 또한 새롭고 생각을 넓게 해주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36살에 폐암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 유망한 신경외과 의사가, 폐암에 걸리고 나서 작성해나간 회고록이다. 1부에서는 어릴 때부터, 그가 폐암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의 삶을 스스로 작성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2부에서는 폐암 판정을 받은 이후부터, 항암 치료를 받으며 작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필로그는 그의 와이프가 폴 칼라니티가 죽고 작성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그"가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신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었다. 그는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답으로 "의학"을 찾게 되었다. 나도 현재 창업이라는 큰 꿈은 있지만, 무엇으로 창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계속 던지는 중이다. 나에게 중요시하다고 생각되는 가치관들의 교점이 내가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스폿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칼 칼라니티가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들의 교점에서 본인의 직업을 찾았다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그에게 더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의사들의 어려움과 고민, 죄책감 등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죄책감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레지던트, 본인을 마주하지 못하는 레지던트, 스스로에게 역겨움을 느끼는 레지던트 등을 글로 잘 풀어냈고,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숭고함과, 책임감,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또한 스스로에게 "나는 톨스토이가 묘사한 정형화된 이미지의 의사, 무의미한 형식주의에 사로잡혀 기계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인간적인 의미를 완전히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라는 생각을 하며, 행여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환자를 대하지 못하게 변하는 것 아닌가 자문을 던지는 과정을 보며, 과연 제대로 된 신념과 사명감이 없다면 의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최근 친구를 보살피러 응급실에 간 적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며 그들이 얼마나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으며, 그들도 폴 칼라니티(앞으로 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부를 종합적으로 되돌아보면 "환자"가 아닌 "의사"로서의 폴의 시각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만 보아도 그가 "기계적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의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루 16시간 근무와 끊임 없는 수술로 인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음에도 그는 그의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냈고,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부는 그가 자신의 폐 CT 사진을 확인하며 시작한다. 그는 그 순간 "의사"가 아닌 "환자"로 입장이 바뀐다. 그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했고, 본인을 지탱하던 의무들이 사라지자, 자기 자신이 어느새 "있는 힘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후 쓰러지는 달리기 선수"처럼 병약자가 되어 있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는 투병을 하면서 스스로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까, 그리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환자? 과학자? 교사? 생명 윤리학자? 아니면 에마의 말대로 신경외과 의사 복귀? 집에만 있는 아빠? 작가?"라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 없이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가 결국 내린 결론은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인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I can't go on. I'll go on)"였고, 그는 자기 자신의 신념대로 "의사"로 최대한 남은 인생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를 위해 그의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다. 이 순간 그는 "환자"에서 "의사 이자 환자"가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그는 유일무이한 "의사", "환자", "의사이자 환자"를 모두 겪어본 극 소수가 아닌가 싶다.
"의사이자 환자"가 된 그는 "의사"일 당시에는 "환자"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생각하며, 더욱 일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나간다.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더 나은 의사가 되고자 노력하는데, 자기반성을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고, 나 또한 이 순간에도 어떠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잘못은 필연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여기서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느냐, 아니면 잘못을 덮기 급급해하느냐" 이 차이가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 나타내고 그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바뀔 수 없는 사람인지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멋지고, 나한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2부는 미완성인 상태로 책이 출시되었다고 생각한다. "의사이자 환자" 였던 그는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며 의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2부 마지막에 "돈, 지위, <전도서>의 설교자가 설명한 그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라고 하였는데, 유한한 생명 앞에서 과거에 목표했던 야망과 미래의 목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작가가 느낀 것 같았다. 2부가 미완성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에서 그의 아내인 루시가 작성한 말을 빌리자면 "미완성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 폴이 직면한 현실의 본질적인 요소이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독자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작가의 의도는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폴은 친구한테 보내는 이메일로 "그냥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독자들은 잠시 내 입장이 되어볼 수 있기에, 그들에게 본인이 걸어가는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라고 보냈는다. 그는 충분히 본인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루시는 불치병에 걸렸음에도 폴은 온전히 살아있었다고 평가했는데,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라는 말에서 소름이 돋았다. 죽기 직전의 순간에서도 완치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내 삶의 목적과 의미"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인간에게 있어 "삶의 목적과 의미"가 얼마나 큰 역할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불과 2달 전까지의 나만 보더라도 이곳저곳 치이다 보니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잊어버리고 남들과 같이 앞만 보면 살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삶의 목적과 의미"보다는 지금 당장의 심리적 안정감이 더 중요해 보였고, 그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는 직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어떻게 보면 "내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 과정일 수도 있다.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해보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내 삶의 목적과 의미"를 더 확고히 하고자 하는 것 아닐까?
"생과 사는 떼어내려고 해도 뗄 수 없으며, 그럼에도, 혹은 그 때문에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라는 말을 보며, 최근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쏟은 것 같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라는 그의 말을 옮기며 이번 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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